( 변질된 누릉지 )
나는 낚시점을 운영하느라 토요일이면 바쁘다는 핑계로 회원들만 믿고 젓가락도 없이 낚시를 떠날 때가 많았었다.
처음에는 도시락을 챙겨준 집사람과 도시락이 작다며 말다툼을 한 기억이 몇 번 있는데, 다행히 우리 회원들은 집에서 얼마나 봉사를 잘하는지 식사시간 때 어울려 먹는 도시락의 메뉴 중 특별히 준비된 것이 다양하고 양도 많아 남는 것을 해결해 주느라 지금 나의 아랫배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88년 여름에 일어난 일이다.
우리는 소문을 듣고 보성 도촌지로 밤낚시를 떠났다.
그 당시 도촌지는 신생지인 탓에 우리 모두 처녀 출조로 좌측권 도로변 중류대에 자리를 잡았으나 소문과는 달리 입질이 전혀 없어 손맛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자동차시트를 뒤로 젖히고 세상에서 가장편한자세로 잠을 청하였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낚시를 하고 있어야 할 회원들이 보이질 않아 �아보니 모두 상류로 자리를 옮겨 나에게 무어라 악을 쓰고 있지 않는가.
조용히 들어보니 지렁이를 가지고 오란다.
차를 몰고 회원들이 낚시하는 옆에 주차하고 살림망을 들어보니 왠일인가?
20-25센치급의 깨끗한 붕어를 30-40수씩을 살림망에 담고 있지 않는가.
나도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펴려하자 회원들 왈
지렁이도 부족하고 철수시간도 다 되어가니 지렁이는 자기들에게 나누어 주고 아침식사나 준비하면 좋겠단다.
나의 생각도 낚시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 같고, 먹는 것 또한 즐거운지라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아침이니 누룽지를 끓여 먹자는 회장님의 말에 동의하고 버너에 불을 붙이고 코펠을 얹고 대바구니 안에 있는 물을 붓고 누룽지를 넣고 끓였다.
요리(?)가 거의 되어가자 맛을 보는데
이게 맛이 도무지 이상하여 변질된 누룽지를 가지고 왔다고 주인장에게 바가지를 마구 긁었더니 다른 회원들 모두가 맛을 보고 아무튼 이상하단다.
무어라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덜 익은 감을 씹는 맛이랄까.
고개를 몇 번 꺄우뚱거려보아도 도저히 먹을 수가 없을 것 같아 누릉지는 옆에 두고 다른 회원들의 밥을 나누어 먹기로 하고 식사준비를 하였다.
식사가 시작되자 소주를 �는 회장님의 말에 대구덕을 뒤졌으나 소주는 아무데도 없었다.
술이 없다고 하자 “프라스틱 병(1.8리터용)이 소주여”하는 회장님의 말에 앗 차하며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아니 누룽지를 끊인 물이 소주였단 말인가.
아니 왜 소주병에 둘러져 있는 상표는 사라지고 없었을까?
어쩐지 누룽지가 변질되었다는 말은 들어 본적이 없는 것 같았다.
또 한번 회원들과 함께 폭소를 떠뜨리며 물 대신 술을 써 버려 술은 마시지도 못하고 낚시를 마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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