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오늘은 당신에게 미안한 마음에 마지막으로 편지 한 통을 적을까 하오.
당신이 내 곁을 떠난 지도 벌써 6개월이 되었구려.
지금쯤 하늘나라에서 천사들과 어울리며 우리를 지켜보며 있겠지요?
그래도 우리 살면서 아팠던 기억은 모두 잊고 기뻤던 것만 추억하며 웃어주구려.
천년을 사랑하고픈 여보!!
당신을 살리지 못하고 먼저 보내고
죄스러운 마음에 힘들어하는 나를 보고
지인들은 6개월이 지나면 어느 정도 잊을 수 있다고 말하던데,
나는 아직도 미안한 마음에 당신 생각을 떨칠 수가 없으니
아마도 나의 가슴속 한쪽에 당신의 영혼을 평생 지니고 함께 살아가야 할 것 같소.
당신과 함께 35년을 생사고락하며 정을 나누었는데,
6년 전부터 암이라는 병마와 싸우며
3번의 대수술과 무수한 항암을 진행하면서
지치고 힘겹게 버텨 왔을 당신,
그러나 얼굴에는 항상 웃음을 잊지 않고 내 곁을 지켜주며,
나와 함께 사찰음식을 배우러 다니자며
사후에 나 혼자 살게끔 준비시키고,
영정사진도 나 몰래 찍어 놓는 등
당신은 가족과의 이별을 혼자 서서히 준비하면서 수많은 세월을 힘겹게 버터 왔을 당신의 마음을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너무 아프다오.
그리고 당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오.
성경공부하면서 신부님이 만약에 무인도에 가면서 한 가지를 가지고 간다면 하고 묻자 "애기아빠요"라고 서슴없이 답하고, 종부성사를 하면서 신부님께 나를 위해서 기도해 달라고 특별히 부탁드렸다는 이야기와
나에게는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내 앞에서는 괜찮다며 단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당신.
그런 병중에도 당신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이 못난 놈밖에 없다며 굳게 믿고 핸드폰에 별명을 “나의 수호천사”로 붙여 불렸을 진데 당신의 바람대로 살리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먼저 보낸 거 정말로 미안하오.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만
평소에 보다 더 따뜻하게 당신을 대해줄걸....
항암치료할 때 선택을 좀 더 잘했더라면....
내가 암에 대한 상식이 좀 더 있었더라면.......
당신을 그렇게 빨리 보내지는 않았을 텐데.
이제와 너무너무 가슴이 아프며 후회가 됩니다.
사람으로 태어나면 반드시 한 번은 가는 길이라지만.
죽음 앞에서 어떻게 당신처럼 마음을 비울 수가 있었을까?
극심한 고통 중에도 당신의 유일한 기쁨은 신앙이며
주님을 믿고 찬송하였기에
멀쩡한 날보다 아픈 세월이 너무 길었던 당신의 힘겨운 모습을
하느님께서 차마 더 볼 수가 없고
천국에서 더 필요했기에 얼른 데려간 것이라 생각하오.
그리고
서울로 항암 하러 다니며 농담처럼 나에게 부탁한
1. 혼자가 된다면 절대 울지 말고 굳세게 살고
1. 담양에서 외롭게 살지 말고 화정동으로 나가서 살며
1. 좋은 여자를 만나서 재미있게 살다오라며
부탁한 말을 아직까지 한 가지도 들어주지 못하고 있어
이점도 미안하네요.
아니,
꼭 완쾌하여 제주도로 한 달 정도 트레킹 가자며
입버릇처럼 둘이 약속했기에
숨을 거두기 직전에
당신의 사진을 나의 가슴에 달고
제주도를 트레킹해 주겠노라고
마지막으로 약속하자 고개를 끄덕이던
당신의 모습도 잊을 수가 없구려.
이 약속도 아직은 지키지를 못하고 있어 미안하오.
여보,
이제는 애들 걱정도 모두 내려놓고 편히 쉬구려.
당신이 떠날 때 만삭이던 아라는
당신이 우리 곁을 떠난 지 일주일 후에 예쁜 공주를 낳아
“김정원”이란 이름을 달고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으며,
아들 훈이 녀석도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에 입사하여
씩씩하게 잘 다니고 있다오,
꿈길에 한 번쯤 내려와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꼭 안아주고 가구려.
무한으로 사랑을 주고 싶었던 여보!
아이들이 당신의 시신을 끌어안고
마지막으로 한 말을 나도 그대로 전하고 싶소.
“사랑하는 당신, 천국에서는 절대로 아프지 마시오.”
여보, 정말로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2016년 4월 21일
49%의 인생 - 못난이 남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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