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낚시의 묘미와 에티켓

jbm0427 2023. 11. 11. 22:44


 <<생활체육 월간지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 낚시의 묘미와 에티켓

자연을 벗 삼아 즐기는 취미생활 중 낚시는
400만이 넘는 동호인들을 확보할 만큼 대중적인 레저이다.
이는, 낚시가 특별한 기술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장점 때문일 수도 있겠고,
낚시만이 갖는 독특한 재미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가족이나 친한 사람들과 함께 출조할 경우  낚시만의 묘미 외 색다른 즐거움을 같이 나눌 수 있는 것이 바로 낚시인 것이다.
사람마다 낚시를 즐기는 이유는 각기 다를 수도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꽉 짜인 생활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대자연을 대하면서 맑은 공기를 접함과 아울러 심신의 피로를 푸는 데 낚시가 참으로 효과적인 도구이다.
그와 함께 자신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데도 낚시는 일조를 한다.

이상과 같은 정적인 측면 외 낚시가 주는 직접적인 재미는 초보자들을 미치게 하여 극렬꾼으로 탈바꿈시킨다.
자신의 낚싯대로 직접 고기를 걸어보는 순간 그는 이미 낚시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말뚝처럼 움직이지 않을 성싶은 찌가,
더욱이 밤낚시의 케미라이트 불꽃이 칠흑의 어둠을 뚫고 하늘로 치솟는 순간
낚시인은 한순간 그 황홀감에 숨조차 내쉬지 못한다.
곧이어 손목에 전해지는 생명체의 발버둥은 전율을 넘어 몸서리치게 한다.
손안에 움켜 쥔 놈에게서 느껴지는 심장의 박동소리는 기나긴 싸움에서 이긴 승자의 희열을 맛보게 한다.
뿐인가? 동료와 주고받는 술잔에 삶의 얘기를 풀어서 마시는 재미란 낚시가 주는 진지하고도 격 없는 즐거움이다.
달빛이라도 비치는 밤이라면 그 도란거림이 더욱 진지해 보인다.

낚시의 매력은 또 있다. 알아가는 재미이다.
낚시는 단순히 고기만을 잡는 어로행위가 아니다.
공부하지 않고는 그 즐거움을 배가시킬 수 없다.
기술적인 공부 외 자연을 공부한다. 실력 있는 선배의 조언을 바탕으로 공부하는 재미는 낚시의 또 다른 별미이다.
이러한 낚시의 즐거움을 맛보려면 전제조건이 뒤따른다.
우선 고기를 잡는 데에 너무 과도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낚시는 즐기기 위한 취미생활이지 이것으로 생업을 꾸리는 수단은 아니다.
 조과에 집착하다 보면 자칫 낚시가 피곤한 고행이 될 수도 있다.
많이 낚여 주면 좋으련만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될 일인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그러한 마음가짐이 요구되는 것이다.
또한 낚시는 더불어 즐기는 레저이다.
즉 낚시터는 혼자만이 차지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얘기다.
낚시를 좋아하는 동호인 모두가 공유하는 안식처다.
낚시도 공공예절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함께 즐기는 낚시가 분별없는 몇 사람으로 하여금 스트레스 제공처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다른 낚시인에 대한 배려와 함께 낚시터를 주변을 아끼고 보호하려는 마음가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낚시가 좋아 스스로 찾은 저수지를 굳이 자신의 손으로 더럽히고 파괴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앉은자리를 정리하지 않아 환경오염의 주범 중에서 낚시인도 포함됐다는 오명을 이제는 벗을 때가 된 것이다.
그리고 낚시터 주위의 농작물에 피해를 주어 땀 흘려 일하는 농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실망을 주어서는 절대로 안 되겠으며, 조황을 확인한다고 허락 없이 남의 살림망을 들어보는 것이 실례이며,
밤낚시 도중 불빛을 물가에 비추어 고기들이 경계심을 갖게 하는 행동도 삼가야 되겠습니다.

사람들마다 징크스가 있겠지만 낚시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는데
아신분이 반가워서 인사말로 "고기를 많이 잡으세요"란 말을 건넜을 때
낚시인들은 가장 싫어한다고 한다.
 만약 당신이 그런 인사를 했는데 그 사람이 손맛을 보지 못했다면 당신이 그런 말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아니면 "수고하십시오"라고 말을 건넨다
마음이 무거워, 손맛이 그리워, 그냥 물이 좋아 떠나는 낚시. 자연에서 호연지기를 찾으려는 청정한 마음이 있는 한 누구나 다 진정 낚시인인 것이다.
자신이 잡은 고기를 물가에 살포시 내려주면서 순식간에 도망치는 놈의 뒤통수를 보며 미소 짓는 낚시인, 진정 아름답지 않은가?

2002년 8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