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교구 창평본당에서 아내의 장례미사를 드렸는데
주임신부님(윤창신 루치아노)께서 강론하셨던 .내용입니다.***
『장례미사』
토요일 24일 10월 2015년
지금 우리 공동체는 강영임 루시아 자매를 이제는 자비하신 주님 품에 맡겨 드리며,
영원한 안식을 위하여 함께 미사에 참례하고 있습니다.
먼저, 유가족께 애도를 표하며, 주님의 위로와 공동체의 위로를 함께 건넵니다.
아울러 이 자리에 함께하신 교우 분들과 특히 장례미사까지 모든 사항을 내 일처럼 사랑하는 마음으로 협조해주신 연도회원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 시간 우리 모두 고인께서 주님의 따뜻한 품 안에서 영원한 행복 누리실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주님 친히 유가족 여러분의 슬픔을 위로하시고 보듬어 주시길 기원합니다.
지금 우리 공동체는 사랑하는 한 사람에 대해 기억하려 합니다.
긴 사랑의 여정을 끝내고, 지금은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다소곳이 누운 누이처럼 루시아 자매님과 이별하는 이 자리. 스테파노 형제님은 참으로 소중한 부부의 인연을 놓아야 하고, 따님 조아라, 아들 미카엘은 귀하디 귀한 어머니의 인연을 놓아드려야 하며, 우리 공동체는 신앙의 소중했던 친구를 보내야 합니다.
사랑하는 아내였으며, 한없이 따뜻한 어머니였고, 씩씩한 친구였던 루시아 자매를 보내는 우리의 마음은 너무 아파, 차라리 하늘이 원망스럽고 주님이 밉지만, 스테파노 형제님. “내 아내처럼 주님께 온전히 의탁한 사람, 간절히 기도한 사람, 있는 것 없는 것 나누어주고 베풀어주고,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한 이사람, 이렇게 일찍 데려가시는 주님이 밉다.”고 우리 함께 눈물 흘리고 있지만, 그렇습니다.
이렇게 소중한 사람은 주님께도 너무나 필요하셨나 봅니다.
이 세상 당신 뜻 잘 이루며 살아낸 그 생명은 주님께도 참으로 많이 필요하셨나 봅니다.
이 세상을 사는 이유가 그저 이 한 목숨, 자기 뜻 이루고, 자기 욕심 채우다 그것만으로 끝나버리는 허무한 공간이 아닌 것처럼,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모두가 나고 싶어 난 사람 아무도 없는데…
가고 싶다고 갈 수 없는, 가기 싫다고 안 갈 수 없는 그런 삶인데…
그저 내 뜻 아니라 ‘당신 뜻, 아버지 당신 뜻, 주님 당신 뜻’ 그것 잘 이루고 실천하며 사는 삶이 그 자체로 축복이요, 은총이라면, 언제 떠나고, 어떻게 떠나는가가 무슨 대수이겠습니까?
호의호식하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너무너무 사랑하기 힘든 사람들, 그 사람들마저도 사랑하려고 애를 쓰고, 그 사랑 때문에 웃고, 그 사랑 때문에 우는, 이 어엿한 인생길의 마침이 어이 주님의 은총이 아니라고 우길 수만 있겠습니까?
암이라는 그 무서운 병고가 모든 것을 루시아 자매님에게서 앗아갔지만, 단 한가지 빼앗아가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깊이 사랑한 사람은 이렇게 떠날 때에도 ‘내가 더 사랑하지 못한 그것 때문에 아프다’ 는 사실을 뼛속 깊이 가르쳐 주고 떠나가십니다.
지독한 병고마저도 빼앗지 못했던 그 사랑. 루시아 자매님이 구원받을 길이 있다면, 바로 이 사랑 때문입니다.
구원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보상이 아니라 한 사람이 살아온 그 길대로 다시 돌아가는 일이라면…
사랑하다 또 더 많이 사랑하다 살아온 이 길대로, 그 사랑의 길, 사랑의 나라로 자매님은 돌아가실 것이 분명합니다.
오직 주님께만 매달렸기에, 그 수많은 고통들, 참으로 내 뜻대로 되지 않았던 그 고통들 때문에 너무도 간절히, 그리고 너무도 순수하게, 끝까지 주님께 매달렸으므로 단 한 번도 길을 잃지 않았으며, 단 한 번도 절망으로 끝내지 않았습니다.
고통 때문에 더 깊이 주님을 사랑했습니다.
눈물 때문에 더 많이 주님을 사랑했고,
아픔 때문에 더 절실히 주님께 매달렸습니다.
이것이 신앙이고, 이것이 믿음이며, 이것이 희망입니다.
너무도 사랑하는 아내를 보내야 하는 슬픔에 그 어떤 위로도 소용이 없을 스테파노 형제님. 그간 병간호 하시느라 얼마나 고생하셨습니까?
그래도 떠나간 아내의 마음 속에 형제님 걱정, 형제님의 그 사랑, 가득 차 있던 것 아시지요?
루시아 자매님. 목소리도 제대로 안 나오시면서 저에게 간곡히 당부하셨던 그 말씀 이제는 전해드려야겠습니다.
“신부님. 저 우리 스테파노와 아들 딸 때문에 떠날 수 없습니다. 가족들에게 잘 해주지도 못하고, 죄 많이 지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우리 가족 행복하도록 기도 부탁 드립니다.” 라고 신신당부하시던 그 말씀. 이제는 전해드립니다.
스테파노 형제님. 아무리 주님이 밉고 원망스럽고, 섭섭하시더라도 사랑하는 아내의 사랑과 그분의 신앙 기억해주십시오.
고통 때문에 더 깊이 주님을 사랑한 그 신앙, 이어가 주십시오.
정성껏 간호사셨던 그 사랑으로 이제는 자녀들 더 사랑해주시고, 이웃들 더 사랑해주십시오.
그것이 내가 사랑했던 아내 루시아를 이 세상에서 더 깊이 사랑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따님과 미카엘 아드님, 살아생전 효자 없다고 했는데 부모님께 사랑 표현하는 일 쉽진 않지만, 어머님께 용서를 청하시고, 행여나 어머님께 섭섭한 일 있으셨다면 이제는 어머님 용서해드리십시오.
그리고 어머니께 못 다한 사랑, 옆에 계신 아버지께 채워주십시오.
극심한 고통 중에도 어머니의 유일한 기쁨은 신앙, 주님 밖에 없으셨습니다.
이제는 그 신앙으로 자녀들이 어머니를 위로해주셔야 합니다.
다른 것 보다 어머니에게 더 소중한 것은 자녀들의 기도입니다. 두 분의 신앙으로 하느님 나라에 계실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시기 바랍니다.
너무도 좋았던 친구, 루시아 자매를 주님께 맡겨드리는 공동체 여러분.
오늘 이 자리, 우리에게 남겨진 의무가 있다면, 이 자리가 우리에게 이별과 마지막 자리가 아니 되게 하는 일입니다.
기도 안에서, 신앙 안에서 새롭게 만나는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신앙 안에서 우리의 생명이 이어져야 합니다.
마지막 고해성사와 병자성사를 받으시며 눈물을 흘리시며 저를 바라보시던 루시아 자매님.
지은 죄가 너무 많다며 주님께 용서를 청하신 루시아 자매님.
이 죄 많은 사제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십시오.
감히 이 손으로 자매님을 주님 품으로 인도하오니 저를 위하여도 기도해주시고, 용서해주십시오.
루시아 자매님, 참으로 밝고, 참으로 아름다운 이름입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삶이었습니다.
한없는 크신 자비와 사랑을 베푸시는 주님, 우리가 지금 눈물로 맡겨드리는 이 영혼 기꺼이 받아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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